Read and make의 두 번째 글은 4인의 육일 인형 옷 프로젝트 ⟪손바느질과 뜨개질로 만드는 인형 옷⟫을 소개합니다.
인형 옷 만드는 취미는 제가 8살 때 처음으로 바늘과 실을 잡으면서 시작되어 키덜트(kidult)가 되기까지 쭈욱 관심이 있었지만, 현재의 직업과는 관련 없는 분야라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멀찍이 거리감을 둔 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약 7~8년 전 우연히 가입한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해외 작가님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깊은 관심을 갖게 되어 일산 코엑스 육일 돌 박람회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 생소하고 신기했던 육일돌의 세계를 실제로 접하고 운명처럼 만난 '고양이를 사랑하는 아이'라는 콘셉트인 아일로파일 스타일의 네오 브라이스 돌(Neo Blythe Doll- Ailurophile style)을 데려오게 되면서 새로운 옷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관련 서적과 온라인 강의들을 검색하며 인형 옷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드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었던 몇 권의 책 중 한 권의 내용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첫 번째, 4인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 퀼트와 자수를 인형 옷에 접목한 퀼터이자 로지 퀼트 대표 김성미(Rosy) 작가.
• 보그 니트 전문가이며 뜨개 인형 옷 초보 마니아들을 위한 니트 패턴을 만든 니트 레시피 대표 이문옥(Anna) 작가.
• 사람 옷 같은 디테일과 촘촘한 세밀함으로 만드는 뜨개 인형 옷의 작가 장경희(Minu) 작가.
• 18~19세기 유럽풍 시대 의상을 사랑하며 수제 인형(dressed doll)을 만드는 정지원(Dollmom) 작가.
인형을 사랑하는 수공예 전문가인 4인의 작가들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웹사이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작품과 스타일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여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두 번째, 《손바느질과 뜨개질로 만드는 인형 옷》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책은 만들기 기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바느질(Sewing) 파트와 뜨개질(knit)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성 있는 4인의 작가님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바느질 옷만 한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니트류의 종류도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실물 사이즈의 도안이 수록되어 있어 개인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고 도안은 쿠쿠 클라라, 꽃지, 브라이스, 루루코, 도란도란, 리카, 카카 롯, 제리 베리 등 1/6인형용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바느질(Sewing)
바느질 재료 & 도구: 바늘(퀼팅9호 정도의 작은 바늘 추천), 레이스, 비즈, 수성펜(물에 지워지는 원단용 펜), 올 풀림 방지액, 스냅 단추(5mm 사이즈 적합), 실(손바느질-코톤, 미싱-60번 사), 겸자, 골무, 원단(30~60수의 얇은 원단), 핀셋, 딱풀(임시 고정용), 공예용 본드(장식 고정), 양면 접착 시트.
저는 재료 구입 시 사이즈나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도구처럼 검색이 편리한 재료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고, 레이스나 원단의 경우는 동대문 종합 시장을 산책 삼아 돌아다니며 예쁜 원단과 부자재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다니는 편입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대부분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모니터 해상도의 차이가 기대했던 색상의 차이로 이어지기도 하고 원단의 질감과 무늬의 사이즈도 생각과는 달랐던 경우가 잦아서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직접 원단 시장을 방문하여 올의 카운트 수에 따른 질감과 두께감 등을 익히고 샘플 조각도 모으는 식의 경험을 쌓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 정지원 Dollmom
18c 로코코 드레스, 19c 빅토리안 버슬 드레스, 웨딩드레스 상의, 투피스 보닛 세트, 프렌치 드레스와 헤어밴드, 하이웨이스트 드레스, 후드 케이프
(책표지 우측 하단 프렌치 드레스)
제 개인적으로 유럽의 18c, 19c 시대의 의상, 미술 작품이나 정원 양식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보통은 책, 전시회, 영화 등으로 접하며 그 과정에서 정보 수집을 통한 간접 경험을 즐기는 편이지만 정지원 작가님이 만든 고증된 작품인 인형 옷 드레스와 소품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테일, 작품들을 눈으로 담고 즐거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초보인 저는 시도해 보지 못했지만 우아하고 풍성한 롱 드레스 인형 옷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들은 정지원 작가님의 작품을 만들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Accessory
페티코트, 포켓 후프, 범롤, 레이스 브리프, 무릎 양말
• 김성미 Rosy
빕 드레스, 래글런 드레스, 라 돌체 드레스, 자수 랩 원피스, 저지 기본 원피스
(책표지 좌측 상단 자수 랩 원피스)
김성미 작가님의 작품은 자수가 있고 없고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고 겹쳐 입는 등의 다양성과 실용성을 갖춘 작품입니다.
저는 취향에 맞게 선택한 몇 벌의 인형 옷을 설명에 따라 만들어보고 창의적인 방법이 떠오르면 치마의 길이나 폭을 조절해가며 새롭게 만들어 보는 방법을 시도하며 배워가는 편입니다.
바느질을 뜯고 연결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구멍이 나고 너덜거리는 원단을 되살리기 어려운 실패가 따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확실히 얻게 되는 배움을 되새기는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김성미 작가님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데이트 룩처럼 귀여운 미니 드레스와 일상복까지 활용하기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들은 김성미 작가님의 작품을 만들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Sewing Basic
단 처리 유형 1: 밑단을 접어 단 처리를 한 후 뒤 중심 시접을 박는 경우
단 처리 유형 2: 뒤쪽 중심 시접을 박은 후 밑단 시접처리
레이스 단 처리 유형 1: 테이프 형태의 레이스로 단 처리
레이스 단 처리 유형 2: 화려한 모티브 형태의 레이스로 단 처리
리본을 의상에 달아 장식하기
레이스 장식하기
비딩 장식하기 유형 1: 하나씩 별도로 비딩
비딩 장식하기 유형 2: 여러 개를 한꺼번에 비딩
핀턱 표현, 각진 시접 처리, 스냅 단추 달기
의상 장식 리본 제작.
두 작가님의 인형 옷에 적용된 여러 바느질 기법들의 기본 방식을 글과 사진으로 상세하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Accessory
하트 퀼트 벽걸이
2. 뜨개질(knit)
뜨개질 재료 & 도구
가위, 줄자, 줄 바늘, 막대 바늘, 단추, 시침핀, 실, 바늘 체커, 롯 바늘.
바느질 재료와 도구의 구입과는 다르게 뜨개질이 처음이었던 저는 인형 옷 뜨개바늘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제품명을 추측해 볼 수 있는 포장이나 라벨이 사진에 남아있지 않아서 구매 시 작가님께 묻고 여러 단계를 거쳐 검색하는 방법으로 찾다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공방에서 수강생의 재료 구매 시 편리를 위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따로 양해를 구하는 글을 남기고 구매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검색해 보진 않았지만 국내. 외 수공예 사이트들을 검색하면 예전보다는 접근성 쉽게 뜨개바늘을 구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이문옥 Anna
탑다운 원피스, 멜빵 스커트, 파스텔 원피스, 긴팔 원피스, 클라라 베드스프레드.
(책표지 좌측 하단 파스텔 원피스)
저는 이문옥 작가님의 작품 중에 특히 클라라 베드스프레드에 빠져서 꼭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강한 감정을 느끼고 줄 바늘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던 중 막대 바늘로 만들 수 있는 장경희 작가님의 작품을 먼저 만들게 되었습니다.
뜨개는 처음이었던 저는 몇 번의 막대 바늘 뜨개 작품을 만들어가며 여전히 초보인 상태로 도전하기에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줄 바늘 작품을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줄 바늘 뜨개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이 그려집니다. 뜨개질에 경험이 있는 분들께 조금 더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이지만, 경험이 없으시더라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의 경험을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 장경희 Minu
러블리 메이드 원피스, 러블리 리본 자수 원피스, 볼록이 민소매 원피스, 피에로 원피스, 아이보리 파티 드레스, 빨강 머리 앤의 소박한 원피스, 핑크 튤립 카디건.
(책표지 우측 상단 러블리 메이드 원피스)
저는 위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장경희 작가님의 작품이 쉬워서 먼저 시작했던 게 아니라 이문옥 작가님의 재료보다 도착이 빨라 먼저 만들게 되었고 왕초보인 제가 만들기에는 생소하고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예쁜 작품이라 니트류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제가 시도해 보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들어보는 뜨개질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포기하기에는 작가님의 상세한 설명이 있었기에 처음이라 몰라서 못 만들겠다는 핑계가 불가능한 일이 되었고 실을 풀었다 다시 만들기를 두어 차례 반복하며 어렵게 완성하였지만 당황스럽게도 결과는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게이지 수를 동일하게 완성했기에 결과의 원인은 울 자수실의 두께가 적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의 두께와 브랜드명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위로하며 아쉬운 마음은 이미 사건의 지평선으로 날려 버렸습니다. 남겨진 작은 원피스는 나중에라도 입게 될 조금 더 작은 인형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보관 중입니다.
그렇게 한 번 완성하고 보니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고 집에서 헐벗고 있는 미니어처의 드레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게이지를 줄여서 만들어 입혔더니 저의 뜨개 실력을 모르는 친구가 저를 뜨개 고수로 오해하고 비즈 장식 손가방 제작을 부탁받아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처럼 뜨개질 초보라도 인형 옷 완성이 가능한 수준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뜨개 인형 옷에 관심 있는 초보 분들이나 이미 뜨개에 경험이 있는 분들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자수 기법
레이지 데이지, 로즈, 리본, 프렌치 넛, 리본 플라워 스티치.
knit Basic
사용하는 뜨개 기호, 차트 도안 보기, 게이지란?, 겉뜨기, 안뜨기, 바늘비우기, 모아 뜨기(2코, 오른 코 겹쳐 2코, 중심 3코, 오른 코 중심 3코), 늘리기(오른 코, 왼코), 돌려뜨기(꼬아뜨기), 메리야스뜨기, 가터뜨기, 코막음, 단춧구멍 만들기, 세로 잇기.
세 번째, 개인적인 생각과 느낀 점
두 번째 글로 어떤 책을 고를지를 고민하며 냉정과 열정 사이에 놓인 책장의 책들을 눈으로 훑었습니다.
책장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감정이긴 하지만 한때 내게 소소한 행복을 주었던 주인공들이 차곡차곡 방치되어 모두 여기 있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종종 들 때가 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야심 차게 시작했다가 허무하게 끝나기를 반복했던 취미들이 "나 여기에 있다." 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듯 ⟪손바느질과 뜨개질로 만드는 인형 옷⟫이란 책이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금 새롭게 느껴지고 완성하고 싶은 새로운 작품들이 눈에 밟혀 오랜만에 나대는 심장의 두근거림도 느꼈습니다.
가끔 역주행하는 옛 히트곡이 주는 감성에 빠질 때처럼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4인의 작가님에게도 배경지식이 없는 처음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의 깊은 고민과 노력의 결과로 얻게 된 결과물을 책을 통해 배워갈 수 있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때론 초보도 고수로 오해받을 수 있게 레벨 업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하루에도 인생의 레벨 업이 되는 우연한 기회들이 눈길 닿는 곳마다 가득하길 바라며 이 책을 통해 만든 작품으로 정보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